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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이야기/눈 및 눈 부속기

백내장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 비용, 수술 후기

by 힐러킴 2020.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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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환자로서 말하자면, 백내장은 중병도 아니고 완치(인공수정체로 갈아 끼워서..)도 되지만 단지 좀 짜증나는 병이므로 진단받았다고 해서 너무 놀라거나 걱정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70%이상이 노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갖게되는 병이니 그러려니 받아들이자.

 

나는 선천성 백내장이 많이 진행되어 2년 전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았다. 현재 우안은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 중이다. 오늘은 선천성 백내장과 증상, 인공수정체를 사용중인 후기를 이야기해볼까 한다.

선천성 백내장과 노인 백내장은 증상에서 차이가 없다. 백내장인데 단지 아예 갖고 태어나서 보통 평생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거나 거의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 뿐이다. 나는 좀 진행이 빨랐다.

 

 

수술 전 느끼던 백내장 증상

선천성 백내장으로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부터 말하자면 수술 전, 그러니까 어릴 적부터로 거슬러 가야한다.

백내장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어서 남들보다 조금 눈부심을 심하게 느끼나보다 하고 살았다. 학창시절에는 야외에서 피구를 하면 높이 솟은 공이 가까이에 오기 전까진 보이지 않거나, 친구가 창가에 서있으면 실루엣만 보이고 얼굴이라던가 옷은 잘 구분이 가지 않는 정도였다. 추가로 형광등이 바로 위에 있으면 교과서의 글씨가 잘 안보인다거나.

한 번은 시력이 0.9, 0.6으로 나와 안과에 가서 다시 시력검사를 해봤는데, 시력이 1.1, 1.0으로 측정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이 참 무딘 것 같은데 아무튼 시력은 잘 나오니 역시 눈부심이 '남들보다 조금 심한 정도' 라고 생각하며 눈 문제는 아닌갑다 하고 대충 넘겼다.

 

이후로 핸드폰이 상용화되고 버스 전광판이 상용화되고 아무튼 각종 전자기기들이 우리 생활에 들어왔는데, 바깥에서는 핸드폰 화면이 검게 보여 눈 바로 앞에 들이대고 보아야 했고, 버스 전광판이 검은 화면이라 꺼져있는 줄 알았더니 친구는 그걸 보고 "몇 분 후래" 라고 하는 상황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사실 그러고도 원체 불편함에 익숙해져서 눈부심이 심한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멀쩡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진즉 병원에 가봤을텐데 평생을 더러운 창문같은 수정체 너머로 세상을 봐 온 나머지 그게 당연했고, 무엇보다 시력이 좋으니 이상이 없다고 여겼다.

 

 

20대가 되어 취직을 했다. 직장건강검진에서 시력검사를 하는데 눈이 너무 부셔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0.4, 0.5. 근무를 할 때에도 컴퓨터 화면이 너무 눈이 부시게 느껴져 얼굴을 바짝 들이댄 채 보아야 했다. 영 불편하니 드디어 나도 안경을 맞출 때가 되었구나.. 라고 생각하며 동네 안과를 갔다.

 

시력을 이야기하면서 눈부심이 심해 이러이러하다는 이야기를 함께 말하니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는 사진을 보여준다.

"이게 ㅇㅇ의 수정체에요. 딱 봐도 하얗죠?"

"? 생선 눈인데요?"

 

 

푹 익힌 동태눈깔마냥 하얗고 불투명했다. 백내장이었다.

선천성이라고 하니 같이 갔던 어머니가 나보다 더 깜짝 놀랐다. 의사 왈 어릴 적에 어머님께 말씀드렸다는데 기억에 없댄다. 아무튼 양안에 선천성 백내장이 있는데 진행이 많이 되었고 오른쪽이 특히 더 심하다고 했다. 사진 상으로만 봐도 현저하게 다를 정도였다. 현재 불편함을 느끼고 있으니 수술을 하는 것이 낫다며 수술하는 병원을 추천해주었다.


인공수정체 선택, 가격과 특징

백내장 수술은 경화되고 혼탁해져 제 기능을 잘 못하는 본래의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이다. 의사는 젊은 나이이니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추천해주었다.

인공수정체는 인간의 수정체와 같은 탄력이 없어서 거리에 따른 초점을 맞추기가 어렵다. 따라서 종류에 따라 볼 수 있는 방향성이 나뉜다.

 

단초점: 원시와 근시 중 선택이다. 가까이 있는 것이 잘 보이는 것과 멀리 있는 것이 잘 보이는 것 중에 선택한다. 시력은 0.5정도 나온다고 한다.

 

다초점: 가까운 거리도 보이고 먼 거리도 보이는데 초점이 잘 안잡힌다. 모니터와 눈 사이 정도 간격이 가장 잘 보이고 나머지 거리도 보이긴 보이니 젊은 사람에게 추천된다. 시력은 0.9정도 나온다.

 

 

단초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비용이 20~30만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반면 다초점은 급여가 되지 않는다. 따로 든 실비같은게 없다면 한 쪽에 250만원 정도이다. 차이가 몹시 크다.

 

당연히 다초점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있는 환자분껜 심사숙고하길 권하고 싶다. 의사가 괜히 선택지를 주는 것이 아니다. 아래에 계속 이유를 이어보겠다.


인공수정체 삽입술과 수술 후 관리

아무튼 젊어서 오래 써먹어야 하니 나도 다초점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측 눈에 거금을 들이기로 결정하고 수술날짜를 잡았다.

수술날짜가 되었고 수술 대기실에 들어갔다. 하도 상용화되어 있어서 수술이라기보단 시술이다. 수술방에 들어간 환자가 15분인가 아무튼 30분도 안돼서 걸어나오더라. 그 아저씨는 학생도 수술하러 왔냐며 하나도 안아프다고 쌩쌩하게 내게 말을 걸어왔다.

 

속았다. 마취는 둘째치고 수술 내내 눈알이 터지는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아프다기보단 압박감이 너무 심해 고통스러웠다. 수술 시간도 그 아저씨보다 길었다. 다초점 회복기간이 더 길다고 설명들었었는데, 겪어보니 이유가 선명했다.

 

 

수술이 끝난 뒤 반쯤 영혼이 나간 상태로 걸어나오니 머슥해하는 아저씨의 표정...

수술 후에는 거즈로 눈을 가리고 눈에 보호대를 쓰고 안약을 넣을 때에만 보호대를 벗는다. 안압이 오를 수 있으므로 하루이틀 정도 집에서 누워만 지냈다. 

 

 

보호대를 벗어도 한동안은 눈부심이 굉장해서 잘 보지 못한다. 그러다가 빛에 적응되면 그제야 좀 보이기 시작하는데, 나는 세상의 색감이 그렇게 쨍한 줄은 몰랐다. 심봉사가 눈을 뜨고 이런 기분이었나 싶을 정도로 감동이었다.

흐린날처럼 회색이 기본적으로 오퍼시티 되어있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색감이 정말 굉장히 선명하게 잘 보였다. 신기해서 베란다 밖 풍경을 눈이 아플 때까지 구경했다. 뚜레주르 간판이 검정색이 아니라 암녹색이었단 것도 이 때 처음 알았다.

여태까지 뭘 봐왔던건지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노인성이면 이정도 감동은 없을텐데 선천성이 이렇게 해롭다.

 

아무튼 안과에 다니며 어느정도 아물면 실밥도 뽑는다. 눈에 다가오면 생리적으로 조금 무서운데 그냥 톡 톡 하면 끝난다.


다초점 인공수정체 2년 사용 후기

수술은 하길 잘했다. 확실히 잘했다. 세상의 색감이 밝아지고 밖에서도 사람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최고다.

하지만 본인에게 정말 다초점의 시야가 필요한지는 한 번 더 생각해보길 바란다.

 

탄력이 없다는 인공의 특성상 딱 설정된 거리에 노안마냥 거리감을 맞춰야 선명히 보이고 나머지는 흐릿하다. 쉽게 말해, 시야의 질이 떨어진다. 의사와 상담하면 의사도 시야의 질이 떨어질 거란 뉘양스로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만 들으먼 잘 와닿지 않는다. 나도 안다. 따라서 내가 느끼는 것으로 예를 들어 보겠다.

 

 * 눈에서 30~50cm정도가 가장 잘 보인다.

 * 물건을 얼굴 가까이 가져올수록 더욱 흐릿해지고 바로 앞에 오면 글씨 식별이 안 될 정도가 된다.

 * 반대로 30~50cm보다 멀어져도 점차 흐릿해진다. 그래도 초근접보단 먼 곳이 더 잘보인다.

 * 흐릿하긴 한데 보이지 않는 것은 또 아니다. 읽을 수는 있다.

 * 시력도 0.9가 나온다. 이제 시력검사판이 눈부시진 않은데 흐릿하게 보이게 돼서 찍어맞춘다. 근데 맞더라.

 * 빛번짐이 심하다. 야간에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보면 주변으로 빛이 번져보인다.

 * 안구건조증이 심해지는 건 잘 모르겠다. 원래 있었어서 그런지 옛날과 똑같은 듯 하다.

 

초점잡기 힘든게 개인적으로 가장 짜증난다. 백내장이 있어도 시력은 좋아서 앵간치 다 봐왔기에 실내에서만큼은 또렷이 보이던 게 이따위로 보이니 더 짜증나는 것 같다. 직업 상 약을 조회할 일이 많은데, 약에 적힌 깨알같은 글씨를 볼 땐 오히려 인공수정체 쪽 눈을 감아버리고 백내장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내 생활패턴을 봐선 가까운 거리를 선택하는 게 나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것도 시력이 0.5정도는 나온다니 괜찮지 않을까. 외할머니가 단초점 가까운거리 선택으로 양안을 다 하셨는데 먼거리도 잘 보시더라. 그래서 나도 좌안은 그냥 단초점으로 해보려고 한다.

양쪽 수정체를 다른 것으로 수술하면 짝짝이라 불편하지 않겠냐며 많이들 물어보지만 지금도 좌안은 꽤 진행된 백내장이고 우안은 인공수정체라 밖에 나가면 좌안이 거의 파업을 하기 때문에 우안으로만 보고 있다. 적어도 이것보단 편할 것 같다.

 

결론적으로, 백내장 수술을 위해 인공수정체 선택을 할 때에는 본인이 어떤 거리를 많이 보는지 확실하게 파악하고 수술을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다초점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내가 다초점으로 수술을 해봤는데 이러이러한 단점이 있었으니 참고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두 종류의 단초점 후기도 많이 찾아보고 모쪼록 인공수정체를 고르는 데에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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